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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가 없으면 교묘하게 무시한다

영어는 강조하고 싶은 소리와 그렇지 않은 소리를 심하게 차별한다. 전달하려는 의미를 담은 단어의 핵심 발음은 강하게 또는 길게 발음한다. 하지만, 기능어 등 나머지 단어 발음은 약하게 또는 짧게 발음한다. 강하게 발음할 때는 사전에서 보던 그 소리가 들리지만 약하게 발음할 때는 사전에 제시된 발음기호 발음이 거의 안 들린다. 그렇다고 약하게 발음할 때는 발음을 안 하는 게 아니다. 대상 발음들을 모두 한다. 다만 교묘하게 아주 경제적으로 한다.

발음을 경제적으로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알다시피 발음에 따라 발음기관마다 역할이 다르다. 어떤 발음은 입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어떤 발음은 혀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느 경우든 강세가 있는 발음은 모든 발음기관들이 최대한 그 발음에 집중한다. 역할이 없으면 없는 대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그 발음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강세가 없는 발음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음기관만 그 발음에 관여하고 나머지 발음기관들은 다음 발음을 준비한다. 예를 들어, 현재 발음이 입술 역할이 중요한 발음일 때 혀는 다음 발음을 준비한다. 게다가 현재 발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음기관마저도 다음 발음에서도 그 역할이 중요하면 현재 발음 때 이미 다음 발음을 염두에 두고 발음한다. 예를 들어, 입술을 다무는 게 중요한 발음 다음에 입술을 내미는 게 중요한 발음이 이어지면 입술을 다물되 내밀면서 발음한다


그림입니다.

[그림] 이어지는 [u:] 발음을 염두에 둔 [p] 발음


발음이 경제적으로 이뤄질 때, 특히 강세가 없는 발음이 경제적으로 발음될 때, 해당 발음은 명확하지 않으면서 또한 순간적으로 발음된다. 이때 한국어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극히 짧은 발음이 나타난다. 여기서는 이를 극단음(極短音)이라 명명한다. 극단음은 사전에 표기된 단음(短音)보다 훨씬 짧은 발음이다. 자음의 경우 주로 다른 자음 앞에서 순간적으로 발음될 때 나타나고, 모음의 경우 주로 강세없이 순간적으로 조음될 때 나타난다.

극단음은 영어와 같이 리듬이 중요한 언어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영어 리듬은 일정 간격을 두고 주요 단어에 강세가 부여되는 게 특징이다. 보다 정확히는 한 단어 안에서도 그 단어를 대표하는 발음에 강세가 부여된다. 이렇게 부여된 강세 사이에 대체로 비슷한 간격이 유지되어 리듬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주요하지 않은 단어들이 연속되면 일정 길이 이상 강세가 부여되지 않아 강세와 강세 사이가 길어질 수 있다. 이 경우 리듬이 깨지게 되므로 영어에서는 혀 등 발음기관들이 강세가 부여되지 않은 연속된 발음들을 한번에 경제적으로 빠르게 발음하여 리듬을 맞추려 한다. 이때 극단음이 나타난다.

극단음은 익숙한 원어민들끼리는 문제없이 듣고 말하기가 되지만 극단음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 한국어와 같은 언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 귀에는 따라잡기가 만만치 않다. 단어를 배울 때 익혔던 발음들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렇게 경제적으로 발음하는 데에도 발음기관들의 교묘한 작동 원리가 분명히 있고 이를 습득하면 우리도 그들처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