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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기관 작동원리 이해의 중요성

모든 발음은 발음기관들을 통해서 이뤄진다. 입술, 혀, 목젖, 성대를 통해서 말소리가 만들어진다. 일단 폐에서 공기가 공급된 후 성대를 지나면서 소리 자체가 만들어진다. 다음으로 입술, 혀, 목젖 및 성대 공조 방식에 따라 소리가 구분된다.

성대서부터 유성음과 무성음이 구분되고 입천장을 기준으로 입술, 혀, 목젖 공조 방식에 따라 발음이 완성된다. 즉, 각 발음마다 고유 발음기관 발음방식이 존재한다. 고유 발음기관 발음방식이란 해당 발음을 다른 발음과 구분 짓는, 해당 발음의 특징적 음색을 만들어내는, 발음별 고유 발음기관 작동 방식을 의미한다.

영어와 같이 리듬을 타는 언어는 경제적으로 발음할 수 있어야 하므로 발음기관 사이 공조 방식이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따라서 각 발음별로 고유 발음기관 발음방식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그림] 발음기관들이 조음하는 과정


우리 뇌가 어떤 현상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당연시하기까지 과정을 일반화라고 한다. 보통 일반화는 상당한 기간과 수많은 사례를 필요로 한다. 가끔 나타나는 현상이거나 사례가 많지 않으면 그 때만 그런 것으로 또는 그 경우만 그런 것으로 한정함으로써 일반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영어 발음과 특히 영어 청취가 어려운 주된 이유중 하나가 여기 있다.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들은 얘기를 소개한다. 한 영어교육학과 강의실에서 있었던 일이다. 미국식 영어에서 [t]가 모음과 모음 사이에 위치하면 마치 [ㄷ]나 [ㄹ]처럼 가볍게 발음되는 현상인 설탄음(flap sound)에 대해 설명하는 수업이었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미국식으로는 ‘water’를 [워터]가 아니라 [워러]처럼 발음해야 한다고 하시며 설탄음 현상을 설명했다. 그리고 조금 있다 한 한생에게 단어 ‘bitter’를 보여주며 읽어보라고 했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설탄음에 맞게 [비러]와 같이 읽지 않고 쓰인 대로 [비터]라고 읽었다.

교수님에 따르면 대부분 수업에서 매번 그랬다. 방금 전 배운 것이긴 하나 학생들에게 설탄음에 대한 일반화가 완료되지 않은 것이다. 때문에 'water'에 대한 설명이 일단은 ‘water’의 개별적 특징으로만 간주된 거다.



글쓴이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오래전 사업을 할 때 검색엔진을 개발하고 서비스 사이트 이름을 www.infosanta.com이라고 지었다. 그리고 회의에서 ‘정보를 선물하는 싼타클로스’라는 뜻을 가진 ‘인포싼타 점 컴’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미국 시민권자인 이사들이 ‘인포쌔너 닷 컴’이라 발음했다. Santa에서 t를 생략하고 발음했다. want나 internet 등에서 n다음 t는 생략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반화되어 있지는 않았다. 때문에 처음엔 그들의 발음이 매우 생경했다.

수많은 영어 발음들을 배우지만 현지서 원어민들과 함께 살지 않는 한 다양한 사례들을 꾸준히 접하기 어려워 일반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실전에서 그때그때 그 문장 그 문장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해당 발음 원리가 순간적으로 와 닿는 게 아니라 설명을 접하고 나서야 ‘맞다. 그렇게 배웠지’하고 떠오른다. 시동만 걸리다 마는 자동차처럼 도무지 앞으로 나가지를 못한다.


일반화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일반화는 우리 뇌가 어떤 현상이나 원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당연시하기까지 과정이라 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이나 원리를 즉각적으로 떠올리기 위해서는 그 현상이나 원리와 관련된 생각의 연결 고리들이 명확하고 단단하게 강화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 뇌에서는 항상 어마어마한 생각의 연결 고리들이 매순간 준비되어 있는데, 대부분 더 명확하고 더 단단한 연결고리가 선택되는 식으로 사고가 전개된다. 오랜 시간 달궈지고 두드려지는 과정에서 날카롭고 단단해지게 된 보검처럼, 꾸준히 다양한 증거들 즉 사례들이 제공되어 더 많이 강화된, 생각의 고리들이 선택되어 사고가 전개된다.



그러면 모든 원리들이 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일반화될 수 있는 걸까?

다행이 그렇지만은 않다. 일종의 무임승차가 가능하다. 어떤 원리를 이해하는 방법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알고 있는 유사한 원리와 대비해보는 거다. 만일 새롭게 접하게 된 원리가 이미 알고 있는 원리와 유사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원리에서 파생된 원리라면 유사하거나 파생되었다는 생각의 고리만 강화되면 빠르게 그 원리를 일반화할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원리에 관련된 생각의 고리들은 이미 강화되어 있기 때문에 더 강화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발음은 입술, 혀, 목젖 등 발음기관 공조에 의해서 구분된다고 하였다. 따라서 발음기관들이 어떻게 공조하는지만 이해하면 영어 발음들은 여기서 파생된 원리들에 기인하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일반화될 수 있다.

발음기관 공조방식에 대한 생각의 고리들이 명확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으면 우리가 배우는 모든 발음 현상이나 원리는 무임승차하듯 바로 이해되고 일반화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배우지 않은 발음 현상이나 원리들마저 저절로 발견될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하여 재미난 동영상을 소개하려 한다. ‘McGurk Effect’라는 인지심리학 연구 관련 동영상이다. 유튜브(Youtube) 등에서 ‘McGurk Effect'라고 검색하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동영상에서는 한 사람이 똑같은 음절을 반복하여 발성하는 장면이 제시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동영상의 영상을 보며 들을 때와 보지 않고 듣기만 할 때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사실 McGurk Effect 동영상은 화면에 나타난 발성자가 발성하는 소리와 실제 출력되는 소리가 다르게 의도적으로 매칭해 놓은 거다. 어떻든 분명 똑같은 소리인데 눈을 뜨느냐 감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들린다.

소리라는 것은 귀가 듣는 건데, 눈이 영향을 미친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뇌의 미러셀(Mirror Cell)이라는 영역을 알아야 한다. 미러셀은 사람이 발음하는 과정과 말소리를 구분하는 과정 둘 다에 관여한다. 미러셀 지시에 따라 입술, 혀, 목젖 등이 움직여 발음한다. 그리고 어떤 말소리가 들리면 미러셀에서 그런 소리가 만들어질 때의 입술, 혀, 목젖을 연상하여 대응되는 발음을 매칭한다. 흔히 과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주파수를 분석하면서 소리 특징을 찾는 게 아니라 그런 소리가 만들어질 때의 발음기관들 상태와 연결하여 소리를 구분한다.

그래서 McGurk Effect 동영상을 보면서 들을 때와 보지 않고 들을 때 소리가 다르게 들린다. 동영상을 보면서 들으면 발성자 입모양 변화를 보게 된다. 어차피 미러셀에서 소리에 대응되는 입모양을 연상하게 되는데 곧바로 입모양 정보가 들어오니 이를 받아들여 소리를 왜곡하여 듣게 된다. 반면 동영상을 보지 않으면 그런 소리에 대응되는 입모양을 바르게 연상하여 제대로 소리를 듣게 된다.

이와 같이 발음기관들에 대한 이해가 발음은 물론 청취에도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발음 현상이나 발음 원리를 발음기관 공조 과정으로 설명하면 뇌가 작동하는 원리와도 맞아떨어져 훨씬 빠르고 직감적으로 일반화할 수 있게 된다.


[그림] 발음 및 청취에 관여하는 뇌 영역


한편, 당연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러한 미러셀은 시각적인 자극에 의해 민감하게 학습된다. 이러한 사실은 우연히 발견되었다.

오래전 한 인지심리학 실험실에서 두 원숭이를 대리고 번갈아 미러셀과 관련된 인지학습실험이 이뤄졌다. 한 원숭이가 실험에 투입되는 동안 다른 원숭이는 바나나를 먹으며 쉬게 하였다. 단, 다음 차례를 대비하여 쉬는 도중에도 뇌파를 측정하는 센서 등은 그대로 착용하고 있도록 하였다.

그런데 재미난 현상이 발견된 거다. 바나나를 먹으며 쉬고 있던 원숭이 뇌가 실험에 참여하여 학습하고 있던 원숭이처럼 작동하는 거였다. 알고 보니, 쉬고 있던 원숭이가 학습하고 있는 동료 원숭이 학습 과정을 지켜볼 때마다 반응이 일어난 거였다. 즉, 보고만 있어도 미러셀에서 학습이 이뤄진 거다.


이는 미러셀이 시각적 정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발음 원리나 현상들을 미러셀에 각인시킬 때 시각정보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따라서 발음기관 애니메이션은 발음 원리를 학습하는 가장 효과적이 방법일 수 있다.

어느 나라 언어든 모음은 비교적 쉽게 흉내 내기가 가능하다. 왜냐면 모음 발음에 중요한 입술은 언제든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정보가 충분히 제공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음의 90% 이상은 혀와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혀는 발음하는 과정을 볼 수 없다. 그래서 혀와 관련된 발음 현상이나 발음 원리는 쉽게 와 닿지 않았던 거다.


본 학습에서는 모든 발음원리를 발음기관들의 실제와 같은 상태 그림으로 설명한다. 이를 통해 발음 원리들을 개별적으로 습득하기보다 발음기관 작동 원리를 기준으로 발음 원리들을 자연스럽게 연관지어 이해하게 된다. 또한 실제와 같은 발음기관들 상태가 제시됨으로써 인지심리학적으로도 미러셀을 훨씬 효과적으로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잘 안 들리는 원어민 말소리를 접했을 때, 또는 확인한 텍스트와 다르게 들릴 때, 예전처럼 무시하고 넘어가려 하기보다 즉각적으로 왜 그렇게 안 들리거나 다르게 들렸는지를 발음기관 작동원리를 통해 곧바로 이해하면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된다.

참고로 여기에 제시되는 발음기관 그림들은 보이스미러 시뮬레이터(Voice Mirror Simulator)라는 발음기관 시뮬레이션 툴에서 추출된 것들이다. 보이스미러 시뮬레이터는 음성인식 및 3D 그래픽기술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음성학, 언어학, 인지심리학, 언어치료 전문가들과 함께 병원에서 X-Ray촬영도 하고 논문도 발표하면서 개발한 것으로 음성과 해당 문장을 입력하면 그 음성을 만들어가는 발음기관 공조과정이 발음기관들의 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제시된다.


[그림] 실제 구강 X-Ray 촬영 화면